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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 국내괴담/이해하면 무서운 이야기

(이해하면 무서운 이야기) 어느 나라 이야기

by 세모세모뚱이 2023.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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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고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소서. 전통이 아름답고 본받을 만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이미 저 높은 하늘을 향해 날개를 펄럭이고 있는데, 아직도 땅에서만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너무 슬프지 않습니까?"

 

"알겠소.. 경의 말에 따르리다."

 

고집스럽게 쇄국을 고집하던 소국의 어느 왕은 결국 수상의 의견에 손을 들어주었다.

 

여전히 보수적인 신하들은 많았으나, 언제까지 우물 안에 있는 개구리로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그날 밤이었다. 왕비가 왕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렸다.

 

"전하, 그게 무슨 말이옵니까? 왕권은 신이 주시는 것입니다. 왕의 혈통이 얼마나 귀하옵니까? 그럴 수는 없사옵니다. 이 아이를 갖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을 하였사옵니까! 원통하옵니다!"

 

"왕비, 진정하시오. 우리의 국가의 구조까지 그들의 것을 따르지는 않을 것이오. 그저 기술만 받아들일 뿐, 나와 왕비의 권력은 그 누구도 넘보지 못 할 것이오."

 

"그것이 참이옵니까? 뱃속에 있는 이 아이가 이 나라의 진정한 주인이 맞사옵니까?"

 

"물론이오."

 

"전하.. 흑흑.. 무섭사옵니다."

 

 

얼마 뒤, 왕비가 출산을 하였다.

 

왕비는 새로운 기술을 가진 외국 문명을 저주하였으나, 자기 몸에 편한 것하고 아름다운 것은 별말없이 받아들이는 사람이었다.

 

왕비는 호화로운 서구의 출산방식을 택하였다. 덕분에 별다른 통증없이 편안하게 건강한 왕통을 세상에 내보냈다.

 

"건강한 왕자님입니다. 전하, 왕비마마. 두분께 경하드립니다."

 

"첫 아이부터 대를 이을 왕자라니, 왕비의 노고가 크구려."

 

"아닙니다. 전하. 호호호호.. 우리나라의 대를 잇게 되어 영광스러울 뿐입니다. 이 아이는 누구도 넘보지 못 할 강건한 군주가 될 것이옵니다."

 

"당연하지.. 누구 아들인데!"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전하, 왕자께서 몸이 좋지 않으시답니다!!"

 

"뭐야? 어째서..!"

 

"의사의 말로는 당장 긴급한 사안으로 외과수술이 필요한데 얼른 쓸 혈액이 필요하답니다.. 안타깝게도 이에 맞는 피를 찾기가 어려워 일단 가족의 피부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찌 전하의 피를 사용한다는 것인가?"

 

이를 듣던 신하들은 결사코 반대하였다.

 

"전하, 이것은 절대 안 될 일입니다. 옥체에서 피를 내다니요?!"

 

"나는 괜찮소. 지금 대를 이을 왕자가 위중한데, 그깟 피 몇방울이 대수요? 당장 내일이라도 내가 없다면 이 왕자가 대를 이어야 할 것이오."

 

결국 왕은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주치의인 외국 의사의 뒤를 따랐다.

 

왕의 몸에서 피를 내는 일은 전례없는 해괴한 일이었다.

 

근데 몇가지 문제가 있는 듯 보였다.

 

"흠.. 왕자님의 혈액형은 O형이더군요. 혈액 검사 결과, 전하의 피는 AB형입니다. 보통 다른 혈액형끼리는 수혈을 하지 않습니다. 모처럼 큰 마음 먹고 전하의 몸에 손을 댔는데 송구스럽습니다."

 

"음..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군.. 여튼 뭔가 일에 차질이 생겼다는 뜻이로군."

 

그 와중에 갑자기 다른 의사가 들어오더니 주치의의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

 

"우리 왕자는 어찌되는 것이오?!"

 

결과가 궁금했던 왕은 주치의에게 물었다.

 

"다행스럽게도 의료진 중에서 같은 혈액형을 찾았으니, 전하께서는 심려치 마시옵소서."

 

"천만금을 안겨줄테니, 절대적으로 왕자를 살리는 데에 치중하라!"

 

"알겠습니다."

 

다행히 왕자는 같은 혈액형을 가진 의료진의 피를 받아 무사히 살아나게 되었다.

 

 

왕자가 태어난 지 얼마뒤 왕은 별안간 알 수 없는 이유로 세상을 떠났다. 독살 의혹이 있었지만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다.

 

신하들은 옥체에서 피를 뽑는 끔찍한 일이 왕의 죽음과 관련있다고 의혹을 제기하였으나, 근거가 미약하여 묻혔다.

 

 

왕의 자리는 비워둘 수 없었다.

 

마치 왕자의 탄생은 왕이 언제 죽을지를 알고 있던 것처럼 시기적절했다.

 

아직 말도 못하는 왕자였지만, 섭정을 할 수 있는 왕비가 있었기에 왕의 자리를 잇게 되었다.

 

태후가 된 왕비는 권력을 손에 넣더니 극악무도한 폭정을 실시하며, 반대파를 숙청하였다.

 

그 누구도 태후의 권력에 반기를 들지 못 하였다. 그것이 왕가의 혈통이 가진 고귀한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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