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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 국내괴담/도시괴담

(도시괴담) 메멘토

by 세모세모뚱이 2023.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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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이는 휠체어에 앉아 아이들이 뛰어노는 학교 운동장을 부러운 듯 바라보고 있었다.

스산한 바람이 제법 서늘한 가을 오후였지만, 명석이는 운동장에서 눈을 떼지 못 했다.

"이제 들어가는 게 어떻겠니? 제법 바람이 차구나. 감기가 더 심해질라.."

"조금만 더, 엄마."

다른 아이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으로 보이는 한가로운 오후가 명석이는 부러울 따름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명석이는 어려서부터 다리를 쓸 수 없었다. 다리 발달이 완벽하지가 않아, 선척적으로 걸을 수가 없는 몸이었다. 휠체어는 명석이에게는 다리이자 가족이었다.

늦은 나이에 명석이를 어렵게 얻은 어머니와 아버지는 명석이의 두다리를 쓸 수 있게 만들어보고자 의학은 물론이고, 미신까지도 의지하였지만 헛수고였다. 이름난 명의도, 용하고도 소문난 무당도 명석이를 일으키지 못 했다.

다리만 불편한 거면 모를까 몸 마저도 약했다. 감기와 같은 잔병치레는 일상이었다. 최근에는 심각한 폐렴까지 걸려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명석이의 주치의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흑흑.. 아직 아무것도 못 해봤는데..."

그때였다. 갑자기 명석이가 몸을 꿈틀꿈틀 움직이더니 몸을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기적이다!!"

"이 순간을 찍어야겠어!!"

다리를 못 쓰던 명석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명석이 어머니는 이 소중한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동영상을 찍었다.

한걸음 한걸음 명석이는 발을 내딛었다.

"그래 명석아 할 수 있어. 한걸음 더! 더! 여보!! 우리 명석이가 다 나았나봐요."

"이건 기적입니다. 어머님!"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몇걸음 걷던 명석이는 곧 고꾸라져 그대로 세상을 떠났다.

슬픔을 달랠 길이 없던 명석이 어머니는 소중한 순간이라도 추억하고자 핸드폰에 저장해놓았던 영상을 보기로 하였다.

영상을 본 명석 어머니는 기절하고 말았다.

영상 속의 명석이는 걷는 것이 아니었고, 저승문을 앞에두고 저승사자의 손길에 머리채가 쥐인 채 가기 싫어서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그 연약한 몸짓은 저승사자의 힘에 무너져 질질 끌려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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