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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 국내괴담/기묘한이야기

(기묘한이야기) 짝

by 세모세모뚱이 2023.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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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가 재학 중인 고등학교에 최근 특이한 미신이 돌고 있다.
 
그 미신의 내용은 이러했다. 자정을 넘기고 동이 트기 전 입에 칼을 물고 불이 꺼진 화장실로 들어가 거울을 보면, 거울 속에서 미래의 배우자가 보인다는 내용이었다.
 
다들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그러다가 같은 반에 있는 수진이가 야심한 시각에 미신대로 했더니 정말 미래의 자기 짝이 보였다는 것는 경험을 늘어놓고 난 후로 이 주술이 유행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수진이는 심지어 굉장히 잘생긴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며 벌써부터 기대를 했다. 수진이의 말을 들은 일부 아이들은 수진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하며 그런 것을 굳이 해야하냐고 하였지만 비싼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약간의 창피함과 뻘줌함만 감수하면 되는 것이어서 이 일종의 의식을 시도하고자하는 아이들이 늘어났다.
 
윤미 또한 사춘기가 들어서니 최근 남자들에 대한 관심이 많이지긴 했다. '과연 내 미래의 짝은 어떤 사람일까. 어떻게 생겼을까.'하는 호기심이 샘솟기 시작하여, 날을 잡아 의식을 해보기로 하였다.
 
윤미는 가족들이 모두 잠든 야심한 시각에 부엌에서 칼을 가져다가 입에 물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조용히 거울을 응시하였다.
 
그러자 곧 거울이 물결치듯 일렁거리더니, 사람의 형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윤미의 가슴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어서.. 빨리.."
 
하지만 곧 윤미는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거울에 비친 것은 족히 여든은 되어 보이는 늙은 남자의 모습인 것이었다.
 
"악!!!!"
 
윤미는 소리를 지르다가 물고 있던 칼을 떨어뜨려 발등이 찍혀 상처를 입고 말았다.
 
"무슨 일이야? 잠 안 자고 뭐해!"
 
윤미의 외마디 비명을 들은 윤미의 엄마가 놀라서 화장실로 들어왔다.
 
윤미는 아팠지만, 엄마에게 혼이 날까 두려워, 얼른 방으로 들어가 대충 연고를 바르고 반창고를 붙여서 마무리하였다. 그리고 다음날 잠에서 깬 후 누구에게도 밤에 겪었던 일은 말하지 않았다. 백마탄 왕자님을 생각하고 있던 윤미에게는 너무 끔찍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저런 늙은이랑 결혼을 한다고 절대 믿을 수 없어!'
 
반 아이들은 저마다 자정이 넘어 의식을 치렀고 배우자를 봤다며 떠들어댔다. 자기 배우자가 연예인을 닮아서 기대가 된다는 아이도 있었고, 너무 못생긴 사람이 나왔다며 울상인 아이들도 있었다.
 
"그런 걸 믿니? 난 절대 그런 거 안 믿어."
 
윤미는 아이들에게 역시 미신은 믿을 것이 되지 않는다며 핀잔을 주었지만 거울에서 뭔가 보였긴 했기에 내내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그날 오후부터였다.
 
윤미는 수업 중에 어제 칼에 찍힌 발등의 통증이 예삿 것이 아님을 느꼈다. 계속 욱신거리더니, 꽤 부어오른 것이 눈에 보였고, 양말 밖으로 붉은 피가 비치는 것이었다. 윤미는 바로 걸을 수가 없어, 다리를 절어야 했다.
 
윤미는 쉬는 시간이 되자 잠시 화장실에 가서 양말을 살짝 벗겨보았다. 
 
"어떻게 하지!"
 
발등은 부은 것은 둘째치고 고름이 잔뜩 곪아 뿜어져 나오고 있었으며, 피가 철철 넘쳐서 딱지가 져있었다. 윤미는 얼른 담임선생님께 증상을 말씀드리고 조퇴를 하게 되었다. 지갑을 그날따라 침대 위에 놓고 오는 바람에 바로 병원에 갈 수 없어 집에 들러야 할 듯했다.
 
발등의 통증은 점점 심해져 윤미는 5분이면 걸을 거리를 20분이나 걸려서 겨우 집에 도착하였다. 책가방을 놓고 옷을 갈아입은 후에 미쳐 등교할 때 잊고 있던 지갑을 챙겨들고 병원을 가기 위해 집밖으로 나서려고 했다.
 
"아얏!"
 
윤미의 발등은 심각하게 부어서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윤미는 급하게 엄마,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다들 바빴는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 사이 윤미는 정신을 잃고 자리에서 쓰러져 버렸고, 그것이 윤미의 마지막이 되었다.
 
윤미의 사인은 패혈증으로 밝혀졌다.
 
 
 
 
 
 
 
 
 
 
 
 
 
 
 
 
 
 
 
 
 
"영혼 결혼식이요? 근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우리 딸을 저런 노인네와 결혼을 시켜?"
 
"뭐 어때.. 요즘 내 사업도 어렵고 윤미도 처녀귀신 되는 것보다 저런 돈 많은 노친네한테라도 시집보내는 게 낫지.. 이 노인네가 돈은 많았는데 일에 미쳐서 결혼도 안 했다고 하더라고, 영혼 결혼식이라도 시켜주면 그 재산의 절반이나 준대."
 
"그래.. 산 사람은 살아야지..."
 
 
 
 
윤미는 죽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윤미의 어머니, 아버지의 표정은 밝았으며, 누구보다 행복해보였다. 돈은 어디서 났는지 서울 비싼 동네의 넓은 평수의 집으로 이사를 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딸을 대상으로 한 보험사기를 의심하였지만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었다. 윤미가 없는 윤미네 가족은 이전보다 더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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