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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 국내괴담/기묘한이야기

(기묘한이야기) 결혼

by 세모세모뚱이 2023.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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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민수는 여자친구인 미나와 헤어졌다. 이유는 바람기 많은 여자친구 미나 때문이었다.
 
여자친구는 매번 다른 남자와 술을 마셨으며, 술에 취해선 다른 남자의 등에 업혀있기 일쑤였다. 여자친구는 집안에 돈도 많았고, 얼굴도 예뻐서 부족한 점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매번 남자가 주변에 파리마냥 꼬이는 스타일이었다. 본인은 절대 남자와는 아무일도 없었고 그 부분은 확실하다고 했다. 하지만 절대 믿을 수가 없었다. 여자친구는 연예인마냥 예뻤기 때문이다. 길거리를 지나갈 때마다 여자친구는 연예기획사의 명함을 받는다거나 번호를 따이는 일이 다반사였기 때문에 절대로 민수는 안심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예쁜 여자친구의 얼굴에 반해 프로포즈를 하였지만 나중에는 이것이 오히려 민수의 애간장을 녹이는 문젯거리가 되고 만 것이다.
 
"뭐라고 이번에 또 모텔에 남자랑 단둘이 갔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고? 미나야.. 진짜 이건 아니잖아! 어느 멍청이가 그런 말을 믿겠니? 정말 아무일도 없었다고 쳐. 너가 그 남자한테 관심도 없었다고 치자고! 근데 그 남자 마음도 너와 같을 거 같아?!"
 
"말했잖아.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정말 아무일도 없었다는 게 왜 그렇게 날 못 믿는 거지...? 난 평소에 너한테 충분한 신뢰를 준 거 같은데.. 그렇게까지 나를 못 믿겠으면 헤어지지 그래? 모텔에 꼭 들어갔다고 무슨 일이 있으라는 법 있어? 잠만 잤다니까? 난 침대에서 자고 걔는 바닥에서 잤어."
 
"미나야.. 지금 넌 나한테 빌어야 할 입장이야! 이렇게 당당할 입장이 아니라고.. 애들이 다 나한테 바보냐고 한다니까!"

"난 모르겠어.. 그럼 헤어져.. 왜 만나?"
 
미나는 그렇게 적반하장이 되어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더니, 민수를 차버렸다.
 
실연으로 몸과 마음이 지쳐서 술에 잔뜩 취해서는 민수는 정처없이 밤거리를 헤맸다. 꼴은 노숙자와 같았으며 몰골은 초췌했다. 쓰레기같은 여자친구였지만 잊혀지지가 않고 더욱 선명하게 떠올랐다. 아픈 추억도 많았지만 지난 즐거웠던 추억들은 오히려 가시가 되어 가슴을 후벼팠다.
 
민수가 더 배신감을 느끼는 건 미나는 혼전순결을 지키겠다며, 절대로 몸을 허락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남자와는 모텔을 상습적으로 가서 민수의 분노를 자극했다.
 
그렇게 몇날 며칠을 좀비처럼 지내던 민수에게 소개팅이 들어왔다.
 
"누군데.. 나 지금 너무 힘들다. 얼굴값하는 것들하곤 상종도 안 할 거야. 사람은 성격이 중요해.. 나하고는 한번도 밤을 안 보낸 사람이 다른 남자하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밤을 보내는데 내가 잘못한 거야?"
 
"그건 너가 너무 바보여서 그래. 야, 얘는 진짜야.. 얼굴은 영화배우 요즘에 걔 누구지? 제일 핫한 애.. 걔랑 닮았는데 성격은 완전 착해.."
 
결국 민수는 또 꼬임에 넘어가 소개팅에 나갔다.
 
"얼마전에 헤어지셨다고 들었어요.. 몸과 마음이 많이 힘드실텐데 잘 지내시는지 걱정되네요.."
 
"하... 그 부분은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네요.. 너무 상처를 많이 받았거든요.."
 
"저는 민수씨 마음에 드네요.. 제가 오래전부터 찾던 이상형에 가까우셔서요.."
 
여자는 대놓고 호감을 드러냈고 그렇게 민수의 달콤한 연애가 다시 시작되었다.
 
새로 사귄 여자친구인 윤경은 민수에게 헌신적이었다. 민수와 따로 약속이 없는 날은 칼같이 집에 들어갔으며, 약속이 있는 날은 항상 사진을 찍어서 민수에게 인증사진을 보내주었다. 물론 그 사진의 진위여부를 알아보진 않았지만 말이다.
 
연애에서 가장 중요한 건 믿음이라며, 서로 신뢰하는 마음을 강조한 것은 도리어 새로사귄 윤경이었다. 민수는 누구보다 그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새로사귄 윤경이 든든했다. 미련이 남아서 차마 삭제하지 못했던 전 여자친구인 미나의 카톡도 지우고 과감하게 친구 삭제를 할 수 있었다.
 
근데 윤경에게는 단 한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윤경은 혼전순결을 지켜야 한다며 미나처럼 절대로 밤을 민수와 보내지 않았다. 여자친구는 그렇게 민수의 마음만 흔들고 절대로 몸을 허락하지 않았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았던 미나와는 달리 믿음직한 윤경의 그런 행동은 민수에게 오히려 매력포인트로 작용하였다.
 
이상한 점은 또 한가지있었다. 민수와 여자친구는 둘 다 20대로 결혼을 서두를 나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여자친구는 결혼을 서두르며 은근 프로포즈를 민수에게 강요하는 것이었다.
 
"내 친구 중에 예지라고 있는데.. 이번에 남자친구가 프로포즈했다고 하더라고.. 나도 빨리 가정을 이뤘으면 좋겠어.. 내 꿈이 현모양처인데 말이야.. 내 꿈은 언제 이뤄지려나~"
 
"자기야.. 아직 우리가 결혼 얘기를 하기에는 이르지 않아? 나도 아직 직장을 다닌 지도 얼마 안 돼서 가진 돈도 별로 없고.."
 
"그런 게 어딨어.. 마음이 확실하면 되는 거지.. 자기는 그냥 내가 엔조이였나보네.. 이럴 거면 그냥 우리 헤어지자.."
 
"자기야.. 제발... 우리 아직 사귄 지 6개월도 안 됐어..."
 
"우리 여기까지만 하자.. 확신없는 만남을 왜 해야하는 거지? 난 확신이 없는데 자기에겐 없는 거잖아.. 갑자기 슬퍼지네.. 마음이 맞으면 6개월이고 3개월이고 하루고 알게 뭐야? 확신이 찼는데.."
 
민수는 여자친구가 결혼에 집착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렇게 여자친구를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극단적인 여자친구의 결혼에 대한 집착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민수는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들여 엄마, 아빠, 친구에게 빚까지 져가며 결혼을 하게 되었다.
 
"야, 너는 진짜 결혼을 이렇게까지 빚 내가면서 해야겠냐?"
 
"그러면 어쩌냐.. 윤경이가 결혼할 거 아니면 헤어지자는데.."
 
친구들은 모두 민수가 윤경이에게 잡혀산다고 혀를 찼다. 한편으로 갑자기 결혼을 서두르는 여자가 수상하지 않냐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야, 너 조심해라.. 여자가 서두르는 게 뭔가 이상하단 말이지.. 지금 만난 지 2개월밖에 안 됐는데 결혼이라니.. 난 이런 경우에 좋은 꼴을 본 적이 없다.."
 
그러고 보니 뭔가 이상했다. 윤경이는 민수에게 적극적으로 애정표현을 하였다. 그러면서도 혼전순결은 철저히 지키며 민수와의 잠자리를 피했는데, 막상 결혼을 하고서도 차일피일 밤일을 피하는 것이었다. 민수는 윤경의 몸에 손가락 하나도 댈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몸이 살짝이라도 닿으면 소름끼치게 놀라며 차갑게 돌변했다.
 
"짐승처럼 왜 이래? 발정난 개새끼마냥?"
 
"왜 그래.. 자기야.. 나도 지금까지 많이 참았단 말이야.."
 
"아 징그럽게 그러지마! 더러워!"
 
이 부분은 사적인 부분으로 창피해서 친구들에게조차 털어놓을 수 없었다. 민수는 차갑게 변해가는 아내를 보면서 뭔가 모르는 사이에 심각한 실수를 한 것이 아닌지 고민하면서 어떻게든 나쁜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허사였다.
 
"여보.. 아침 차렸는데 먹고 출근할 거지? 내가 일찍 나가는 자기 생각해서 새벽에 일어나서 만들었거든.."
 
"나 아침 안 먹는 거 몰라? 진짜 남편이면 부인 마음을 말 안 해도 읽어야 하는 거 아니야? 진짜 눈치 더럽게 없네. 그냥 너 혼자 먹든지 말든지 알아서 해. 안 그래도 요즘 나이 먹어서 체중관리도 힘든데.. 이렇게 탄수화물로 차려진 밥상을 나보고 먹으라는 거야?!"
 
"여보야..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모르겠으니까.. 알아서 해.. 짜증나게 하지 말고.. 진짜 여자 마음 더럽게 모른다.. 저러니까 차이지.."
 
돌변한 아내의 태도에 민수는 정신을 차리기가 어려웠다. 뭔가 예전의 악몽이 떠올라 민수는 바람피는 마누라를 잡았다는 직원에게 부탁해서 도청기를 몰래 공수하여 안방에 설치하였다. 도대체 자기가 출근한 사이에 아내 윤경이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민수는 몰래 윤경의 하루를 녹취한 도청기를 출근길에 차에 연결하여 틀어놓았다.
 
적막만 흐르더니, 이내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웅.. 나도 보고 싶은 거 있지.. 응, 너무... 그래 이따가 봐...'
 
또 바람이었다.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결혼 전까지는 이해하지만 결혼을 한 상황에서 이럴 수는 없었다. 민수는 회사에 급하게 전화하여 연차를 내고 집으로 내달렸다. 차는 저만치 먼 주차장에 대고 집밖으로 윤경이 나올 때까지 몸을 숨겨 지켜보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한껏 꾸민 윤경이 아파트 출입구로 나왔다. 자기와 만날 때도 저렇게 화려하게 꾸민 모습을 본 적은 없었다. 민수의 가슴은 두근 거렸다. 누구보다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하던 윤경이 이렇게 자기를 배신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미나에게 크게 데였기 때문에 이런 상처를 다시 받고 싶지 않았는데, 가슴이 아파왔다.
 
 
 
윤경이 향한 곳은 인근의 모텔이었다.
 
민수의 가슴은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이혼할 각오로 모텔에 들어간 민수는 놀라고 말았다.
 
 
 
 
 
 
 
 
 
 
 
 
 
 
 
 
 
모텔 입구에서는 얼마전 헤어졌던 전 여자친구 미나가 있었고 윤경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고는 곧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벌어졌다.
 
둘이 포옹을 하더니 입을 맞추는 것이다.
 
"아빠가 당장 결혼 안 하면 재산을 안 주겠다고 하는 바람에... 억지로 하느라 힘들었지 뭐야.. 너무 더러워.. 남편이라는 새끼가.."
 
"우리나라도 얼른 동성결혼이 합법화 돼야 하는데 말야.. 그치 자기야..? 언제까지 기다려야 해.."
 
미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윤경에게 다정하게 귓속말을 속삭였다. 그러다가 그 광경을 지켜보는 민수와 눈이 마주쳤다.
 
미나는 당황한 눈치였지만, 이내 진정을 되찾은 듯 뻔뻔한 말을 내뱉었다.
 
"다시 만나네.. 내가 말했잖아.. 남자와는 아무일도 없었다고... 후후후훗.. 여자와는 모르겠지만.."
 
민수는 충격에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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