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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이21

(이해하면 무서운 이야기) 건망증 전업주부인 수희는 건망증을 앓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건망증은 습관이었다. 그렇기에 수희에게는 습관이 하나 있었는데, 항상 하루의 일정을 시간 단위로 메모하는 것이었다. 메모의 치밀함은 분, 초 단위로 나뉘어 굉장히 세밀했다. 수희는 본인이 정한 일정이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어쩔 줄 몰라할 정도로 메모에 집착했다. 평소와 같은 어느날. 점심 때 먹을 식사는 데우기만 하면 되게끔 모든 준비를 해놓았다. 점심을 먹고 나서 빨래가 끝날 수 있도록 빨랫감을 세탁기에 미리 다 넣어놓았다. 점심을 먹기 20분 전에 동작 버튼만 눌러주면 된다. 점심을 먹고 1시간 뒤에는 유치원 엄마들 모임이 있다. 오늘도 바쁜 계획이지만, 모처럼 짬이 생긴 수희는 라디오를 틀어놓고 차 한 잔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항상 바쁜 수희가 모.. 2023. 10. 17.
(이해하면 무서운 이야기) 사랑과 전쟁 현석이는 부인인 세리와 관계가 좋지 않다. 아이가 없어서 더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둘의 생활은 매일이 전쟁이었다. 세리는 걸핏하면 현석이의 월급을 트집잡고 잘사는 본인 친구들과 현석이를 비교했다. "당신이 벌어오는 돈은 쥐꼬리야. 아니 쥐꼬리도 안 돼. 그러니까 앞으로 밥도 쥐꼬리만큼만 먹어." "뭐야?" 둘은 매일 싸워댔다. 별다른 이유가 없어도 끊임없이 트집을 잡아서 현석이는 이혼을 생각하게 되었다. 어느 주말 화장실 청소를 하던 세리는 현석이에게 또 바가지를 긁었다. "제발 좀 부탁인데.. 남자같지도 않으면서 남자 티내려고 서서 오줌 좀 싸지마. 변기 커버를 드니까 오줌 튄 거 투성이야. 굳어서 잘 닦이지도 않잖아! 꼴에 외벌이 한답시고 지금 생색내는 거야?" 현석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2023. 10. 17.
(이해하면 무서운 이야기) 숙취 얼마전 신규직원으로 입사한 윤석이는, 환영회에서 거나하게 취했다. 부서 윗사람들이 새로왔다며 환영주를 엄청나게 먹였기 때문이다. 술 좋아하는 윤석이는 거절할 줄 모르고 주는대로 넙죽넙죽 마셨다. 결국 4차까지 마셔댄 윤석이는 직원들의 부축을 받아 겨우 택시를 타고, 겨우 집에 도착했다. 깔끔한 성격의 윤석이는 취해서 정신이 없는 그 순간에도 씻고는 자려고 하였다. 불도 켜지 않은 채 화장실에 들어간 윤석이는 몸이 기억하는 위치에 둔 칫솔을 집어 들고치약을 짜 올려 입에 넣고 좌우로 솔질을 시작했다. '북, 북, 찌지직' 뭔가 솔질을 하는 감촉이 아니라 벗겨내고, 긁어내는 느낌이다. 쓰라린 느낌이 온다. 오늘따라 술을 마셔서 그런지 침이 많이 나오는 느낌이다. 뭔가 시원하게 닦이는 느낌이 나지 않아 윤석이.. 2023. 10. 17.
(이해하면 무서운 이야기) 낙서 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중인 윤정이는 이번에 경주로 수학여행을 가게 되었다. 버스를 탄 아이들은 시끄럽게 떠들어댔다. "야, 너네 그거 알아? 사람은 잠을 잘 때 영혼이 잠시 몸에서 분리가 된대. 근데 영혼이 분리됐을 때, 얼굴에 낙서를 하면 몸에서 나간 영혼이 그 몸이 자기 것인 줄 모르고 못 돌아온다는 거야." 평소 무서운 것을 좋아하는 윤아가 아이들에게 수학여행 괴담을 들려주었다. "그럼 얼굴에 낙서가 된 사람은 죽는 거야?" 호기심에 가득한 눈을 한 윤정이가 물었다.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너무 무섭다.." "그딴 게 어딨냐? 영혼같은 소리하고 있네." 반에서 가장 싸움을 잘하는 정훈이가 겁에 질린 아이들을 비웃었다. 아이들은 고된 수학여행 일정을 보낸 후 숙소에서 첫날밤을 보내게 되었다. 장.. 2023. 10.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