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인 수희는 건망증을 앓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건망증은 습관이었다.
그렇기에 수희에게는 습관이 하나 있었는데, 항상 하루의 일정을 시간 단위로 메모하는 것이었다.
메모의 치밀함은 분, 초 단위로 나뉘어 굉장히 세밀했다.
수희는 본인이 정한 일정이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어쩔 줄 몰라할 정도로 메모에 집착했다.
평소와 같은 어느날.
점심 때 먹을 식사는 데우기만 하면 되게끔 모든 준비를 해놓았다.
점심을 먹고 나서 빨래가 끝날 수 있도록 빨랫감을 세탁기에 미리 다 넣어놓았다. 점심을 먹기 20분 전에 동작 버튼만 눌러주면 된다.
점심을 먹고 1시간 뒤에는 유치원 엄마들 모임이 있다.
오늘도 바쁜 계획이지만, 모처럼 짬이 생긴 수희는 라디오를 틀어놓고 차 한 잔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항상 바쁜 수희가 모처럼 여유가 있어보이자, 엄마와 놀고 싶었던 수희의 아들인 민국이가 숨바꼭질을 하자고 아우성이었다.
메모장을 본 수희는 아직 다음 일정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알람을 맞춘 후 민국이와 놀아주기로 하였다.
"가위, 바위, 보! 어머, 엄마가 졌네."
"그럼, 나 숨는다 찾아봐라~"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두 눈을 가렸던 수희는 눈을 떠서 민국이를 찾기 위해 집안을 돌아다녔다.
옷장 속에도, 화장실에도, 오븐 속에도, 집 어디에서도 민국이를 찾을 수가 없었다.
"민국아, 어딨니? 얘가 집밖으로 나갔나?"
[띠리링]
다음 일정을 알리는 핸드폰 알람이 울렸다.
"아, 다음은 세탁기 돌리기네. 빨래감은 다 넣어놨으니까."
수희는 베란다에 있는 세탁기의 동작 버튼을 눌렀다.
"그럼 이제 점심 메뉴를 데우러 가면 되겠네."
메모장을 본 수희는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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