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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 국내괴담/기묘한이야기

(기묘한이야기) 소매치기

by 세모세모뚱이 2020.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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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학생이 된 준수는 어릴적부터 도벽이 심해서 남의 물건을 습관적으로 훔쳤다. 그 물건이 꼭 비싼 것이거나 갖고 싶은 물건이 아니더라도 무언가가 눈에 띄면 손에 쥐고 보았다. 물건 자체보다 훔치는 행위 자체가 주는 쾌락이 짜릿했기에 준수는 이 범죄행위를 멈출 수가 없었다.

유치원 때부터 시작된 소매치기는 평범한 수준에서 이제는 거의 신묘한 능력처럼 되어가 거의 반사적이며 민첩해 누구도 눈치채지 못 할 지경에 이르렀다. 마치 신의 눈마저 속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느 날도 학교에 가기 위해 지하철에 탔는데, 한 여자가 서서 스마트폰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무방비하게 서있던 그 여자가 그 날 준수의 첫 타깃이 되었다.

준수는 지나가는 척하며 여자의 가방 안에 스리슬쩍 손을 넣었다가 빨리 뺀 후 자신의 가방 안에 무엇인지 모를 그 물건을 집어넣었다.

‘흐흐흐.. 멍청하긴..’

역시 아무도 모른다.

준수는 학교에 도착한 후 화장실로 직행하여 자신이 훔친 물건이 무엇인지 꺼내보았다. 그리고 깜짝놀랐다.

훔칠 때는 몰랐는데, 꺼내고 보니 인간의 심장으로 보이는 것이었다. 크기가 작은 것을 보이 꼭 아기의 심장으로 보였다. 준수는 세면대에 피투성이가 된 손을 몰래 물을 흘려 씻고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던 비닐 봉지에 심장을 넣어서 가방 안에 대충 넣어놨다.

“준수야. 어디서 피 비린내 나지 않니?”

“글쎄.. 난 모르겠는데?”

준수는 학교 수업 때 다른 친구가 피냄새를 맞고 이상하게 생각하며 물었지만, 그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도 시치미를 뚝 떼고 모르는 척하였다.

그렇지만 속은 달랐다. 준수는 사람을 죽이진 않았지만, 마치 살인을 한 것마냥 가슴이 두근댔다.

집으로 가서는 그 고동치는 심장덩어리를 조각조각 잘라서 음식쓰레기와 섞어서 버렸다.

다음날 그 난리를 겪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 한 준수는 지하철에서 또 도둑질을 했다. 이번에는 구석 자리에 앉아 졸고 있는 깔끔한 외모의 중년 신사의 가방을 털었다.

학교에 가서 또 확인을 해 본 준수는 깜짝 놀랐다. 이번에는 피투성이가 된 작은 아기의 손이 들어있던 것이었다. 그것은 마치 일부러 자른듯 정교하게 잘려나가 있었다.

‘우욱’

준수는 화장실로 가서 구토를 한 후, 집으로 몰래 숨겨 가져간 후 어제처럼 쓰레기로 처리를 했다.

준수는 최근 며칠 사이에 벌어진 이 끔찍한 일로 나쁜 손버릇을 고쳐야겠다고 생각했다.

매일밤 꿈 속에는 신체 한 곳이 없는 사람들이 나타나 준수에게 훔쳐간 장기를 달라며 준수를 토막냈다.

계속 같은 악몽에 시달린 준수의 모습은 초췌해져 오래 살지 못 할 사람처럼 보일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하지만 제 버릇 개 못 주는 것처럼 준수는 약에 중독된 미친놈마냥 학교를 아예 휴학하더니 작정하고 이곳저곳 싸돌아다니면서 마구 도둑질을 하기 시작했다. 마치 며칠 굶은 사람이 미친듯이 먹어대는 것과 비슷했다.

준수는 지하철에서 소매치기를 했는데 꼭 목표가 뭔지 모르고 다짜고짜 가장에 손을 넣어 훔친 물건들은 이상하게 누군가의 장기였다. 무슨 이유인지는 몰랐다. 처음에는 무서웠으나 이제는 그런 것도 없었다.

획득한 장기는 장기매매업자에게 팔았다.

“이런 어리고 싱싱한 장기를 어디서 가져오는 겁니까?”

“알 필요 없잖아? 걍 닥치고 내가 갖다주면 돈만 주면 되는 거야. 알겠어?”

꽤 많은 돈을 모른 준수는 아예 본업으로 삼기로 했다.

“저번 심장이 괜찮던데 심장은 또 안 됩니까?”

“내가 가져오는 건 하나 밖에 안 돼.”

“애 하나라도 잡았나 보죠? 허허..”

집으로 돌아와 피로로 잠에 취한 준수를 누군가가 깨웠다.

“아, 너구나.. 이 쓰레기같은 놈.. 우리는 생명을 관장하는 존재야... 겨우겨우 만들어서 새로운 아이에게 신체를 주려는데 중간에 도둑을 맞아서 결국 그 애는 태어나지 못 하게 되었어.”

준수가 심장을 훔칠 때 스마트폰을 보고 있던 여자였다.

“자신의 더러운 욕망때문에 아이를 태어나지 못 하게 하다니.. 세상의 질서를 더럽히는 놈이군요..”

이번에는 졸고 있던 중년신사였다.

“도둑질을 했으니 대가를 치러야겠지? 너의 몸의 일부가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데에 쓰여야 겠다. 몸의 장기는 쉽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인간이 아닌 그 절대자들의 생명 창조의 준비불을 훔친 준수는 목에 사슬이 채워진 채 보이지 않는 무언가의 힘에 의해 알 수 없는 미지의 공간으로 끌려갔다.

“너로 인해 생명을 관장하는 우리의 일이 막대한 지장을 받았다. 인간으로서 신의 숭고한 업무에 방해를 준 죄의 값을 달게 받거라.”

“살려주세요!! 전 몰랐습니다!!”

하지만 준수의 비명과 같은 애원은 곧 조용히 묻혀졌다.

 
 
 
 
 
“축하합니다. 아들입니다.”

“여보, 고생했어.”

세계 어딘가의 산부인과에서 준수의 장기와 신체를 물려받은 한 아이가 태어났다. 이제 이 아이는 도둑질이 아닌 세상에 도움이 되는 행동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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