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살던 윤경을 취직 때문에 서울로 올라와서 살고 있었다. 하지만 자유롭고 우리 집 너희 집 할 것없이 인심넘치던 시골이 그립고 편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항상 고향의 여유롭고 한가로운 삶을 그리워하던 윤경에게 이번 설은 가뭄의 단비같은 명절이었다. 고향에 가면 부모님에게 그동안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용돈도 좀 드리고, 백조생활을 할 때는 그렇게도 꼴보기 싫었던 사촌들도 당당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아 더욱더 기대가 되었다. 친구들은 모두 집이 도시 안에 위치했었기 때문에 서로 제사를 지낸 후 모여서 놀기까지 하기로 약속을 맞추었지만 윤경은 그럴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내려가는 고향이니 만큼 동창들도 만나고 실컷 놀고 오리라고 벼르고 별렀다.
기쁜 마음으로 고향에 내려가기 위해 윤경은 터미널로 향했지만 전화로 예약했던 표에 문제가 생겨 원하던 시간에 버스를 탈 수 없게 되었다. 특히 이런 명절은 늦으면 늦을수록 차가 밀릴 것이 뻔했다. 무엇보다 윤경은 자신과 같이 상경하여 미리 직장 생활을 하고 있던 친구와 함께 가기 위해 시간을 맞추어 표를 끊었었는데 자신만 문제가 생겨 늦게 가게 된 것이었다. 예정에 없던 시간에 버스를 타게 된 것만으로도 열받는 일이었는데 모르는 사람과 앉은 것부터가 찝찝하고 더욱 더 기분을 안 좋게 하였다.
"짜증나, 기대 잔뜩했는데 버스가 기분 잡쳐 놓네!"
끊임없이 중얼중얼 불평을 하던 윤경은 다행히 창가 자리였다. 터미널 측에서 죄송하다며 윤경에게 이미 다른 손님이 예약한 좌석까지 사정사정해가며 양보를 한 것이었다. 다행히 창가를 보면 낯선 사람과 얼굴 볼 있도 없어 떨어져 있을 수 있으니 낫다고 생각했다. 버스를 타자마자 도시의 건물에서 한적한 농촌으로 변해가는 주위 창 너머의 풍경을 보며 윤경은 고향에 가서 해야 할 일들의 순서를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쯤 지났을까?
밖은 저녁이 되어 어둠과 고요만이 버스를 감돌기 시작했다. 버스 불빛 만이 밖을 희미하게 비출뿐 주변은 적막 그 자체였다. 도로가 막힐 때인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고속도로는 한적했다.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던 그 때 윤경의 눈에는 희미하게 무엇인가가 비치고 있었다. 버스 밖에서는 어떤 아주머니가 어린 아이를 업고 걸어가고 있었다. 윤경은 옆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창 밖에서 아주머니가 어린아이를 업고 걷고 있는 것을 보았다. 밖의 아이는 하얀 얼굴에 천진난만한 미소를 가득 품고 있었다. 아이를 업고 있는 엄마로 보이는 아주머니는 가끔씩 뒤를 보며 아이에게 웃어주었다. 아이는 윤경을 보았는지 손까지 흔들어 주었다. 몇시간 동안 아이의 귀여움에 빠져있던 윤경은 순간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그 아주머니는 발 빠르기는 버스와 같은 속도로 걷고 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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