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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 국내괴담/기묘한이야기

바람난 아빠

by 세모세모뚱이 2020.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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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박수정으로 올해 17살의 고등학생이 되는 나이이다. 우리가족은 아빠, 엄마, 나, 그리고 늦둥이인 내 동생 지훈이 이렇게 넷이다. 얼마전에 태어난 늦둥이, 지훈이는 부모님의 금슬을 높여주는 데 한몫하고 있다.

원래부터 부모님은 사이좋기로 동네에서 자자하게 소문이 나서 동네의 여러 이웃 아주머니, 아저씨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된 적이 있었다. 그 중에서는 우리 부모님이 연극을 하는 쇼윈도 부부일거라고 말했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막둥이인 지훈이가 태어남으로써 그런 소문은 자연스레 사라졌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께서 강아지 한 마리를 사오셨다. 이름은 라라라고 하였는데 암컷이라고 하였다.

"이게 웬 개에요?"

"친구가 선물로 주더군. 크크큭. 예쁘지 않아?"

"예뻐봤자, 개새끼인데..."

"당신은 말을 해도...."

"하여튼 난 개새끼 뒷바라지는 하고 싶지 않으니깐 당신이 잘 간수해요. 털 안날리고 똥 안싸게 해요."

"개가 어떻게 털이 안 날리나?"

엄마의 이러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집에는 개털이 날리기 시작하였으며 집안 구석구석에서는 강아지 똥을 볼 수가 있었다. 그 이후로 부모님이 다투는 소리가 안방 문 너머로 자주 들려왔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제대로 하지 않으려면 키우지 말라고 했잖아!'

'알겠어. 내가 앞으로...'

'닥쳐!'

점점 부모님의 사이는 멀어지는 듯했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 집에서 놀다가 학교에서 돌아온 나는 안방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사랑해..'

'저두요.. 오빠...'

'흐음..'

"뭐지?"

평소에 내가 밖에서 돌아오면 다정하게 맞이해주시던 아빠였지만 다른 일에 집중을 하고 있는지 내가 집에 돌아온 것을 눈치채지 못하신 것 같았다. 방문 사이로는 빨간비디오에서나 나올 법한 야릇한 소리들이 들려왔지만 나는 마주 할 상황이 두려워 방문을 열어볼 수도 없었다. 목소리만이 들려왔는데 남자와 여자의 목소리였다. 남자 목소리는 분명히 아빠의 음성이었지만 여자의 음성은 처음듣는 여자의 목소리였다. 엄마가 마침 동창회가 있어서 나간 틈을 타서 아빠가 여자를 불러들인 듯했다.

'아아...'

나는 민망해서 더 이상 듣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리곤 방으로 들어가서 잠을 자는 척했다. 아빠의 애인을 마주 볼 용기가 나질 않았다. 그 이후로도 아빠가 혼자 집에 있는 날이면 종종 이상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자를 집에까지 끌어들이다니 나는 분노가 일었고 아빠에게 배신감을 느꼈지만 당분간 지켜보기로 했다. 그러면서 내가 알고 있다는 낌새를 주어 조용히 일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불같은 성격의 엄마가 알기라도 하는 날에 우리가족은 끝장날 것이 뻔했다.

그런 아빠의 덜미가 잡힌 듯 며칠 뒤에 부모님 사이에는 큰 싸움이 있었다.

'어떤 년을 집으로 불러들여서 바람을 피워댄거야?'

'난 그런 적 없어.'

'그런 적이 없어? 방안에서 뭔 짓거리를 하고 있는 지 다 들릴 정도인데... 어디서 거짓말을 쳐?'

'그냥 TV에서 난 소리야.'

'TV소리? 누굴 바보로 알아? TV에서 나오는 소리랑 그냥 소리랑 구분도 못 할 줄 알아?'

두 분의 사이는 계속해서 좋아지지 않았다. 늦둥이 지훈이도 부모님을 가깝게 하기에는 무리인 듯했다. 집안에 계속해서 어두운 분위기가 흐르자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아빠에게 따끔한 충고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학교를 마치고 학원에서 돌아온 때였다. 엄마는 밖에 나갔는지 없었다.

'사랑해... 흠흠...'

또 다시 붉은 딱지가 붙은 에로물에서나 나올 듯한 이상한 소리들이 안방 문을 너머 들려왔다. 나는 그렇게 엄마에게 잔소리를 듣고도 여자를 불러들이는 아빠를 생각하니 참을 수가 없었다. 나의 손을 어느새 안방의 문 손잡이에 닿아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돌렸다. 하지만 예상대로 열리지 않았다.

'아.... 오늘같은 날은 처음이야.'

두 남녀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는 것을 보니 아직 내가 왔다는 사실을 눈치채지는 못한 듯했다. 나는 부엌 서랍을 뒤적거려 집열쇠를 찾아냈다.

'이제 끝이다.'

나는 열쇠를 안방 문 손잡이의 열쇠 구멍에 꽂고 돌렸다.

"뭐...뭐야?!"

아빠의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는 침대 위에서 이미 알몸이 된 상태였다.

"노크도 안하고 들어와?!"

나에게 아빠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내 눈은 아빠의 내연녀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 곳에서도 여자를 찾을 순 없었다. 오직 강아지 라라만이 방을 돌아다니고 있을 뿐이었다.

"또 엄마 몰래 여자를 불러들인 거야? 그 여자는 어디다가 숨겼어!"

"뭐야? 아니 이 년이 어디서 아빠를 의심해? 그리고 집에 왔으면서 인사도 안 해!"

"내가 다 들었거든? 예전부터 아빠가 뭔 짓을 하는 지 다 들었어. 내가 오는 것도 모르고 계속 그러더라. 아빠는 어쩜 그래? 바람을 피려면 집 밖에서 엄마 몰래 피던가. 왜 집에 여자를 불러들여서 가정불화를 일으키는 거야? 나 이제 고등학생이야. 시험도 얼마 안 남았고 하루하루가 모자라단 말이야! 바람을 피려면 시험 끝나고 피든가 왜 시험이 다 돼서 내 앞길을 망치려는 거야!"

"뭐야? 이 여자는 가정 교육을 어떻게 했길레 애가 이 따위야?!"

"엄마한테 뭐라고 하지마. 나는 엄마만 키웠어? 아빠는 그럼 내 아빠가 아니야? 정말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아빠한테 정말 실망이야. 나한테 아빠 대접받을 생각하지마."

나는 울고 있었다. 그때의 눈물이 나는 어느 정도 먹힐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빠는 계속해서 여자를 불러들인 듯 방 안에서는 가끔 아빠와 알 수 없는 여자의 신음이 들려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이상하게도 방을 들이닥치면 아빠의 상대 여자는 찾아볼 수 없었고 오직 식은 땀을 흘리는 알몸이 된 아빠만이 시야에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더 어이없는 것은 그때마다 우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라라가 꼬리를 흔들며 안방을 돌아다니고 있을 뿐이었다.

그로부터 며칠 뒤에 라라의 배가 눈에 띄게 부풀어 오른 라라의 배가 눈에 띄었다.

"웬 개새끼가 임신이야? 어휴 속터져. 집안에 골칫거리들이 늘어나게 생겼어."

동물을 싫어하는 엄마는 라라의 임신을 달가와 하지 않았다. 집도 어수선한데 개가 애를 가졌다는 이유였다.

그 이후에도 부모님의 사이는 악화되었고 이혼을 하느니 마느니라는 말이 오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도 더 이상 저 인간을 아빠로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고 다른 곳에 마음을 두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난 엄마가 못 참고 아빠와 이혼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두 분 다 자기 이미지 관리에는 철두철미하신 분들이라 섣불리 이혼을 하지는 않았다. 이미 주변에도 잉꼬 부부로 소문이 자자한 상태였고 이대로 이혼을 하면 아파트 내의 온갖 뒷얘기를 앉아서 들을 성격의 엄마가 아니었다. 아빠는 의외로 이혼은 절대 안된다며 난리를 피웠다. 엄마, 아빠는 상대방의 기를 억누르려는 말로 이혼이라는 말을 쉽게 내뱉었지만 그 마저도 식상해져서 더 이상 위협이 되지는 못했다.

그런 와중에도 라라의 배는 점점 불러 어느덧 출산일이 되었다. 하지만 나와 엄마는 라라의 난파를 해 줄 만큼 정신적으로 여유롭지 못했다. 결국 아빠 혼자만이 하게 되었다. 다음날 나는 라라가 낳은 새끼를 찾으려고 하였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아빠가 말하기를 라라는 죽은 새끼들을 낳았다고 하였는데 내 눈으로 그 죽은 새끼들을 보지는 못하였다. 그리곤 얼마 뒤에 라라는 집을 나갔는지 행방불명되었다. 그 이후의 라라에 대한 소식은 알 수가 없었는데 이웃들 중 어떤 아주머니가 아파트 단지 내에서 한밤중에 누군가가 깨갱하며 울어대는 강아지의 목을 졸라서 땅 속에 묻는 것을 목격했다고도 말했다. 나는 그것이 라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라라가 처음 없어졌을 때는 슬펐지만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고 더 이상 우리 가족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부모님은 예전의 끈끈한 관계를 회복했다. 애완동물은 필요하지 않았다. 이미 우리 가족만으로 행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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